검 대신 잔

본문 : 요한복음 18장 10-11, 15-18

교수들이 ‘올해의 사자성어’로 ‘묘서동처(猫鼠同處)’를 꼽았습니다. 고양이 ‘묘’, 쥐 ‘서’, 함께할 ‘동’, 있을 ‘처’라는 네 자로, ‘고양이와 쥐가 함께 있습니다. 절대 이 둘은 하나가 못됩니다. 고양이와 쥐는 너무나도 다릅니다. 그런데 모양은 다르지만 이들이 똑 같습니다. 보통 쥐는 굴을 파고 들어와 곡식을 훔쳐 먹고, 고양이는 쥐를 잡습니다. 보세요. 한 그룹은 예수를 붙잡으려는 그룹이고, 다른 한 그룹은 예수를 보호하려는 그룹입니다. 이들 목적이 사실 동일합니다. 베드로 야고보 요한 역시 신앙이 좋다고 말할수가 없습니다. 유다와 군대는 “칼과 몽치”등으로 무장하여 온 것입니다. 그런데 베드로 역시 ’칼‘을 갖고 있었습니다. 베드로는 로마를 몰아내고 로마인들이 차지하고 있는 권력의 자리를 자신들이 소유하고 싶은 것입니다.

오늘 이야기가 4복음서에 다 기록합니다. 더군다나 종의 이름이 말고라고 한 것은 요한복음만입니다. 그것은 이 사건을 요한이 중요하게 본 것입니다. 요한은 “묘소동초”를 강조하고 있는 것입니다. 예수님이 꾸중을 합니다. “칼을 칼집에 다시 꼽으라” 칼은 지식, 돈, 권력, 인맥 등 기도하고 예배하지만 이것이 힘이라고 생각한 것입니다. 이때에 문 지키는 여종이 베드로에게 “너도 이 사람의 제자 중 하나가 아니냐”고 물었습니다. 그러자 베드로는 “나는 아니라(I am not).”고 말했습니다. 베드로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죽기까지 예수님을 따르겠다”고 호언장담했습니다. 칼을 빼어들었습니다. 그런데 그는 예수님을 모른다고 부인했습니다. 그리고 군중 속으로 몸을 숨겼습니다. 자기 자신의 뜻대로 안 되자 숨어버립니다. 잠시후 베드로가 귀를 잘랐던 말고의 친척이 베드로를 알아보자 저주하며 맹세까지 하면서 예수님을 부인했습니다. 신앙인의 정체성을 잃어버린 것입니다. 그리스도인이 신앙의 정체성이 없으면 아무리 교회를 다녀도 칼이 힘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숨어버리고 보여주고 싶은 부분만 보여줍니다. 그래도 안되면 예수 그리스도를 비난하고 무책임한 말과 행동을 합니다. 어찌보면 우리들은 한 해 동안 지워버리고 싶은 것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이런 베드로를 예수님은 원망의 눈길이 아니었습니다. 이 눈길은 마음으로 봅니다. 오죽하면 베드로가 통곡하였다고 합니다.

이때 주님이 복음의 가치관으로 사는 길이 무엇인지 말씀합니다. 검을 거두는 대신 잔을 취하라고 하십니다. 이 잔은 십자가의 고난과 죽음을 상징합니다. 예수님이 잔을 마시는 길 이 길은 예수님이 아버지의 말씀에 순종하고 살아가는 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