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가족2구역 허남석 장로님께서

지난 7월 30일 주일, 위임 목사님의 설교 말씀(찬송하라, 엡1:3-7)을 듣고

마음에 받은 감동을 수필에 담아 표현해 주셨습니다.

모기와 코끼리

허남석 장로

근심과 걱정이라는 놈은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마치 오장육부와 같이 늘 함께 하는 불청의 존재다. 그러하기에 이 근심과 걱정이라는 놈을 어떻게 떼어 놓느냐 여하에 따라 우리네 행복의 모습도 달라진다는 생각을 해 본다.

세상에 갓 태어난 아기는 근심과 걱정이 없어 보인다. 배가 고프면 울면 해결되고 자신이 스스로 이룩해 놓은 것이 없기 때문에 또한 그러하리라.

하나님의 말씀 중에 마음의 즐거움은 얼굴을 빛나게 하여도 마음의 근심은 사람들의 심령을 상하게 한다는 말씀이 있다.

또 사람들 중에 어느 누가 염려를 한다고 해서 그 사람의 키를 한 자라도 더 키울 수 있느냐는 말씀도 있는데, 그만큼 근심과 염려는 우리 삶에 결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끊임없이 근심하고 염려한다.

다 그렇지는 않지만 이른 바 부(富)와 권력과 명예는 물론 가정과 가족 등등 무언가를 가진 사람이 근심과 걱정이 많은 경향을 띠고 있는 것 같아 보인다. 의당 그러한 것들을 지키고 유지하거나 더 키우기 위한 노력, 말이 좋아 노력이지 어쩌면 그런 욕심이 모여 근심과 걱정으로 점점 비화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라는 책이 있다. 심리치료사이자 카운셀러인 에른스트프리트 하니슈와 심리학자이자 정신분석학자인 에바 분더러가 쓴 책이며, 40여 년간 수십만 명의 내담자를 치료해 온 저자가 발견한 “일곱 마리 코끼리” 모기 뒤에 숨은 코끼리를 찾아 마침내 우리의 내면과 마주보게 되는 이야기 이다.

이 책의 제목은 “모기를 코끼리로 만들지 말라”는 독일 속담에서 나왔는데 “어떤 작은 일에 너무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는 뜻이란다. 책의 내용 중에 층간 소음에 관한 내용이 있는데 이는 우리에게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어 그 관심과 귀추가 주목 되는 내용이기도 하다.

층간소음의 희생자이기도 한 주인공은 층간소음과 관련한 아무런 행위도 하지 않았는데 오해를 받아 아래층 사람으로부터 심한 항의까지 받던 중 그 항의자의 아래층에서 일어난 사건임이 확인되자 그 사건은 일단락되어 잠자리에 들었지만,

그 주인공은“내가 잘못한 게 뭐지?”하며 점점 기분이 안 좋아지기 시작했고, 마침 집에 돌아온 남편이 그 말을 듣자 크게 화를 내며 내일 찾아가 따지겠다는 상황으로 치 달았다. 그냥 넘어갈 수도 있는 사건이 점점 커지기 시작했다. 작은 모기가 코끼리로 자란 것이다.

저자는 모기가 코끼리가 된 데에는 그 안에 감춰진 원인이 있다고 진단한다. 그것은 어릴 때의 경험과 감정, 자라면서 형성된 유대 관계, 가족 안에서 인정과 존중 등이 흔적으로 남아 표출되는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현대인들이 불안과 우울증을 경험한다고 한다.

“너는 아빠 엄마 죽은 다음에나 집에 올래!” 대학 간다고 집 떠난 지 어느새 17~18년이 다 된 작은 녀석. 그 세월 속에 집에 오거나 머문 시간은 열 손가락으로도 다 꼽을 수 있다.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가까스로 사회에 첫 발을 내 딛게 된 지 며칠이 지났는데도 도통 집에 올 생각조차 없는 아이에게 버럭 지른 테너 목소리 덕분에 자각(?)한 아이가 집에 왔다.

입으로는 근심하지 말자, 걱정도 하지 말자, 또 염려는 왜 해 하면서도 마음은 이에 순종하거나 복종하지 않는다. 모처럼 집에 온 아이를 붙들고 시종일관 염려를 쏟아낸다.

물가에 심어진 나무는 그 뿌리를 강변에 뻗치고 있어 더위가 올지라도 두려워하지 아니 하고, 그 잎이 청정하며, 가무는 해에도 걱정이 없고, 결실이 그치지 않는다는 말씀이 있다.

우리 마음도 물가에 심자.

모기는 모기일 뿐이다. 모기에 불과한 아주 작은 근심과 걱정 또 염려는 보이는 순간 모기 채를 휘둘러 잡고 몰아내자.

지금의 이 순간이 내 생에 있어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고 자기 자신에게 최면을 걸어보자. 세상만사 마음먹기에 달려 있다고 하지 않던가!

중국인들에게는 '복'으로 인식되는 8자. 지난 8월 8일이 입추였다. 거짓말처럼 바람 한 점 없이 뜨겁던, 뜨겁다 못해 40도를 육박하던 무더위가 입추를 계기로 한 풀 꺾였다. 선현들의 ‘계절은 못 속인다.’는 오랜 세월 반복되는 말씀이지만 정녕 실감이 나는 지혜의 말씀이다. 입추 그 틈을 타고 부는 가을바람의 줄기가 점점 굵어지고 넓어지며 빈도도 많아지고 청량감에 시원함까지 나날이 증폭한다.

눈 들어 본 가을하늘. 비췻빛 창공이 흰구름을 물들일 기세에 내 마음이 먼저 물들었다. 파랗게! 그 바람결 타고 몰래 들어 온 근심 하나, 이 글 흉보면 어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