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한호 목사

2020년 11월 18일(수) 15:04

제105회 총회 주제 성구인 에스라 10장에 보면 에스라가 '성전 앞'에서 '어머니의 심정'으로 '엎드려 울며 기도하여 죄를 자복할 때' 이스라엘 백성에게 회복의 영이 임하게 되었다. 자복하며 통회하는 마음으로 나아갈 때 백성의 마음에 '말씀'이 들어오게 되었고, 이러한 백성의 말씀에 대한 간절함은 대형 집회 형식이 되어(스 10:9~15) 회개와 말씀을 통해 삶의 변화와 회복이 일어나게 되었다(스 10:12). 또한 눈물의 회개로만 그치지 않고, 구체적인 실천과 말씀에 대한 순종으로 이어진다(스 10:3). 이런 관점에서 '성전 앞 광장'을 오늘에 맞게 재해석해 본다면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섬김의 삶을 실천'하는 섬김의 장이 성전 앞 광장이라 할 수 있다. 바로 이 광장은 섬기고 나누는 장이다. 이 섬김과 축제의 장인 '성전 앞 광장'을 오늘의 현실에 맞추어 디아코니아적인 관점을 가지고 '큰 광장' 차원과 '작은 광장' 차원의 실천적인 해법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1. 큰 광장(연합 사역)

먼저 개교회 및 지역 교회, 노회들이 연합하여 실시할 수 있는 '큰 광장' 차원에서의 접근 가능한 사역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이로써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디아코니아적 사역을 통해 한국교회에 다시금 회복의 씨앗이 솟아나기를 소망해 본다.

1) '회복의 집회'이다. 회복이 필요한 곳에 찾아가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연합 집회를 여는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인하여 대한민국이 절망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 그래서 전국적으로 모든 국민이 실의에 빠지고, 모든 국가 시스템이 무너지게 되면서 경제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교회가 어머니와 같은 긍휼한 마음을 가지고 아픔에 처한 시민과 도시의 회복을 위해 한마음으로 중보하는 집회를 여는 것이다.

이처럼 한국교회가 예기치 못한 국가 재난 사태로 어려움에 처한 대상을 위해 교단 차원에서 회복의 집회를 기획하여 나아간다면 지역 시민뿐만 아니라 한국사회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2) '섬김의 날'이다. 과거에는 한국교회가 대형 집회를 통해서 강한 성령님의 역사를 경험하였다. 그러나 동일한 은혜의 역사를 꿈꾸며 단순히 과거와 같은 방식으로 집회를 재현한다는 것은 오늘의 현실에 맞추어 볼 때 어려운 부분이 있어 보인다. 이것을 오늘의 상황에 맞게 접근해 본다면 독일의 '교회의 날'(Kirchentag)을 예로 들 수 있다. 한 곳에 모여 집회를 하고 끝내는 일회적인 집회보다는 독일의 교회의 날과 같이 주제를 정하여 지역사회 속에서 대규모 집회도 열고, 크고 작은 세미나와 같은 좋은 프로그램들을 지속적으로 열어 사람들로 하여금 구체적으로 섬김을 실천하도록 도울 수 있다.

2. 작은 광장

'작은 광장'이란 개교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사역을 의미한다. 개교회가 예수님의 본질 사역인 섬김의 마음을 가지고 나아갈 때, 다시금 미래의 소망을 품고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사회와 함께 호흡하며 나아가는 아름다운 교회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1) '내부적 삶의 변화'이다

디아코니아는 단순히 외부로만 나가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변화를 강조한다. 내부적 회복은 예배의 회복을 의미한다. 예배가 회복된다는 것은 예배가 축제의 장이 되는 것이다.

총회가 제정한 특별 주일과 같은 예배, 예를 들면 장애인주일, 환경주일, 농어촌주일과 같은 예배를 형식적으로 드리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이러한 예배부터 특별한 섬김의 예배로 기획하여 드리게 된다면 성도들로 하여금 인식의 전환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장애인주일은 '장애인 통합 예배'로 드린다. '장애인에 대한 비장애인의 예배'가 아니라 '장애인들이 예배의 중심에 서서 예배하며, 그들을 우리 공동체의 일원으로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예배'를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예배의 기획에서부터 진행에 이르기까지 디아코니아 부서, 장애인 담당자, 지역의 장애인학교 교사 등과 협의를 통해 어떻게 하면 장애인들이 예배의 중심에서 장애로 인한 불편함을 겪지 않고 예배드릴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이다.

환경주일에는 환경 분야의 전문가를 모시고 환경문제, 특별히 교회가 위치한 지역의 환경문제에 대해 의견을 듣고, 이에 대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며, 여기에서 논의된 내용이 설교에 반영되고,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자연을 올바르게 가꾸기 위해서 지역에서 교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시한다.

2) '주제가 있는 성만찬'이다

초대교회에서는 예배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공동 식사'였다. 그래서 예루살렘교회는 "날마다 마음을 같이하여 성전에 모이기를 힘쓰고 집에서 떡을 떼며 기쁨과 순전한 마음으로 음식을 먹고"(행 2:46) 공동체 식사를 하였다. 예수님 역시 중요한 사역 중에 하나가 '함께 식사'를 하는 것이었다. 예수님의 식탁공동체는 죄인들, 아픈 자들, 가난한 자들 등 사회적으로 소외된 자들을 위한 만찬이었다. 그래서 그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하나님 나라를 전파하셨다. 바로 이 식사의 자리에서 섬겨 주신 모습이 '디아코니아'이다.

오늘날 한국교회에도 예배가 있고, 식사하는 시간이 있다. 그런데 그 자리에 초대교회에서 말하는 친밀한 교제, 즉 '코이노니아'는 찾아보기 힘들다. 오늘날 한국 교회의 성찬식은 어떤 모습인가? 한국교회는 "의인은 믿음으로 말미암아 살리라"(롬 1:17)라는 말씀을 근거로 믿음만을 강조하면서 섬김의 행위가 소홀해졌다. 이것은 반쪽 짜리 성찬식이다. 예수님의 성만찬은 죄 사함을 기리는 대속의 의미와 함께 '섬김'이라는 사랑의 의미가 담겨 있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담은 성찬이 바로 '디아코니아 성만찬'이다. 성만찬 본래의 제정 취지에 맞게 '식탁에서 섬기는 자'로 사회적인 약자와 모든 계층의 사람들을 섬겨 주신 그리스도의 정신(사랑)을 따르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회복은 오직 하나님께 달려 있다. 말씀이신 예수 그리스도의 섬김의 정신을 본받아 큰 광장과 작은 광장에서 낮은 자의 모습으로 나아갈 때 한국교회가 회복되어 한국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드러내게 될 것이다. 진정한 회복은 과거로 돌아가 과거의 것을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성경으로 돌아가 성경의 정신을 살리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하나님 나라의 비전인 섬김의 장, 디아코니아를 회복시키는 것이 절실하다.

김한호 목사/춘천동부교회